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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들에게 덧글 0 | 조회 621 | 2014-06-27 19:17:38
관리자  

사랑하는 내 딸들에게

참 햇살이 고운 봄날이야.

또 바람은 봄볕을 받으며 피어나는 꽃들에게

얼마나 장난스런 눈길을 보내는지.

오늘 엄마는 충주호가 바라보이는 산자락에 앉아

하늘에다 예쁜(?) 내 딸들의 얼굴을 그려보았단다.

 

연하고 보드랍게 돋아나는 그 고운 새잎들 속에서

어린 시절, 너희들이 자라는 모습을 꺼내보았지.

아무 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키워야 되는지도 모르면서

너희들을 키웠던 엄마가 참 용감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배우고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을

너희들을 키울 그 때 알았더라면

지우고 다시 쓸 수 없는 단 한 번뿐인

너희들의 삶을 더 소중하게 지켜봐 줄 수 있었을 텐데......

 

부모역할을 배운 적도, 연습해 본적도 없는 이 엄마가

너희들에게 얼마나 엉터리엄마였는가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스스로 신통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어

어린시절 너희들의 사진을 꺼내들고 쳐다보면서

대견해하고 있단다.

그것은 쬐끔만(?) 내가 생각을 잘못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이 한 장의 사진 때문이지.

 

 

 

20여년전 그 때 언제나 바깥에서 놀기만 하던

네가(큰딸) 그날따라 동생을 데리고 방에서

잘 노는 것 같길래 엄마는 얼른 일을 끝내려고

부엌에서 열심히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지.

아무 소리가 없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지만 방해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일을 끝내고 방문을 여는 순간.......

 

오! 하나님 이게 웬 날벼락?

내 아이들은 어디 가고 하얀 아기 도깨비 둘이 눈만 껌뻑이며

앉아 있는 게 아니겠니?

온몸에 분유를 뒤집어쓰고 있는 너희들을 보고

그 고요했던 순간의 정체를 확인하게 되었지.

'그럼, 그렇지!'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네 동생의 식사인 분유 한통을

까치발로, 또 손을 뻗어 분유통을 꺼내려다가

이제 막 새로 산 분유 한 통을 송두리채 엎어버렸던 네가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을지 갑자기 궁금해지는구나.

 

아빠의 쥐꼬리만한 월급에 분유 한 통 사기가 쉽지 않았던 그 시절

또 일 저질렀다고 야단치고 때렸을 수도 있는 상황에

무슨 마음이 발동해서 조용히 모셔다가(?) 이 사진을 찍어 뒀는지.......

내가 총명탕을 먹었나?

 

불을 켜지 않으면 방안은 약간 어두컴컴했었고

얻어 온 하프 사이즈형 카메라는 후래쉬가 없으니

몸에서 분유가 털리는 것을 아까워하면서 광선이 있는

문 앞까지 행진을 해야 했었지.

실제 상황만큼 다 보여줄 수가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야단치지 않고 끌고 나와 소중한 추억을 남겨놓은

나에게 오늘은 칭찬을 해주고 싶단다.

 

멀리서 대학원과정 마지막시험 준비하느라 스트레스받고 있을

진아와 얼마 남지 않은 어려운 사시 준비하느라 고생하고 있는

효연에게 23년 전 그 시절 너희들의 모습을 보면서

피식 한 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 주고 싶었단다.

옛날처럼 옆에서 돌봐줄 수 없어 마음이 허전하지만

이제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이런 일밖에 없는 것 같구나.

 

몸과 마음이 힘들 너희들에게

잘 자라줘서 정말 고마운 내 딸들에게

엄마는 이 세상의 어떤 응원의 함성보다

더 진한 사랑의 기운을 가득 담아 보내고 싶구나.

아름다운 봄 향기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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